GPT 등장 3년 4개월 후의 감상문
GPT가 나온 지도 아직 3년 4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
이 문장을 다시 확인할 때마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이미 너무 널리 퍼졌고,
너무 많은 이야기가 그 위에 덧붙었고,
적지 않은 변화가 그 뒤를 따라왔는데,
막상 시간만 따져보면 생각보다 짧다.
Claude Code도 비슷하다.
이쪽은 더하다.
따져보면 고작 1년 남짓이다.
그런데 시간의 길이와 체감은 꼭 같이 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벌써 4년이나 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 말도 이상하지 않다.
나도 그렇게 보면 또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졌는데도 아직 3년 4개월 차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작업 환경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 많아서,
실제 시간보다 체감 시간이 더 길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도 물론 충격은 컸다.
처음에는
질문하면 답을 해주고,
요약해주고,
정리해주고,
초안도 써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웠다.
분명 인상적이었고,
분명 유용했다.
하지만 그 시점의 AI는
어딘가 아직 바깥에 있는 도구에 가까웠다.
내가 묻고,
내가 가져오고,
내가 붙여 넣는 식이었다.
잘 대답해주는 창에 가까웠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보조 도구처럼 느껴졌다.
한동안은
그 인상이 계속 이어졌다.
도움은 분명 컸지만,
아직은 내 작업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질문을 정리해 묻고,
답을 받아 참고하고,
필요한 부분만 다시 가져오는 식의 사용이 더 자연스러웠다.
작업하는 자리에 같이 앉아 있다는 느낌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결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답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변화가 생겼다.
AI가 에디터와 터미널,
리포지토리와 diff 사이로
슬그머니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부터는
질문을 받는 존재라기보다,
작업하는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생겼다.
초안을 대신 써주는 수준을 넘어,
흐름 안에서 같이 보고,
같이 고치고,
같이 확인하는 쪽으로 감각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AI를
필요할 때 잠깐 꺼내 쓰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이 흐름 안에 AI를 어떤 자리로 들여놓을지를 같이 생각하게 된다.
도구 하나가 추가된 것보다는,
작업대 위의 배치가 바뀐 쪽에 더 가깝다.
변화는 코드 몇 줄을 도와주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반복 작업을 묶고,
역할을 나누고,
바깥 도구를 만지게 하고,
로컬에서 굴리거나
개인 자동화처럼 다루려는 시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쯤 되면 AI는 더 이상
챗창 안에만 머무는 도구라고 보기 어렵다.
처음에는 바깥의 도구처럼 느껴졌고,
한동안은 보조 도구에 가까웠다.
그러다 결이 달라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작업 자리에 함께 놓이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은 그것을 내 흐름 안에 어떻게 배치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입력 방식도 조용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텍스트로 묻고
텍스트로 답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파일을 붙이고,
화면을 보여주고,
이미지를 함께 다루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졌다.
하나하나는 대단한 사건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기능 하나가 늘고,
인터페이스 하나가 바뀌고,
할 수 있는 일이 조금 더 넓어진 정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작은 변화들이 짧은 시간 안에 겹겹이 쌓이고 나면,
나중에는 작업 방식 자체가 달라져 있다.
이상한 건 기술 자체보다도
시간감각 쪽이다.
아마 그 사이
개발환경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GPT가 AI를 넓게 퍼뜨렸다면,
그 다음의 도구들은
AI를 작업 흐름 안으로 들여놓았다.
둘은 닮아 있지만
개발자가 느끼는 결은 꽤 다르다.
전자는
새로운 것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다는 감각에 가까웠고,
후자는
내가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감각에 더 가까웠다.
그런데 또 이상한 건,
이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작업 환경 안으로 들어온 것들은 분명 많았다.
도구는 빨라졌고,
흐름은 달라졌고,
개발자가 AI를 다루는 방식도 바뀌었다.
그런데 회사는 여전히 회사 같고,
일은 여전히 사람을 거치고,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남는다.
생활이 갑자기 다른 것이 된 것도 아니다.
출근을 하고,
마감을 맞추고,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읽고,
말을 골라가며 일하는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까 한편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꽤 많은 것이 바뀐 것 같고,
또 한편에서는
세상이 마냥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지금의 감각은
그 둘 사이 어 디쯤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시간을 다시 세어보게 된다.
처음에는
정말 그 정도밖에 안 됐나 싶었다.
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지나온 결을 따라 적어놓고 보니,
처음의 감각만 남지는 않는다.
벌써라고 느끼는 쪽의 마음도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아직 3년 4개월 차라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벌써 3년 4개월이구나 싶기도 하다.
아마 지금의 감각은
그 두 마음 사이를 오가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런데도 이미 많은 것이
작업 환경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오래돼서 익숙한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생각보다 깊이 들어와서
오래된 변화처럼 느껴지는 것.
그러면서도 세상은 또
쉽게 다른 것이 되지 않는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놀랐던 것은 단지 성능이 아니라,
그 짧은 시간 안에
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시 배열되고 있었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