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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화는 점점 머리에 남지 않을까

왜 대화는 점점 머리에 남지 않을까

중고등학생 때는
대화의 내용이 머리에 꽤 오래 남았던 것 같다.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집에 돌아온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어떤 생각은 더 확장되기도 했고
어떤 생각은 스스로 반박해 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대화가 하나의 생각 실험처럼 이어졌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화는 그렇게 남지 않게 되었다.

말을 나누고 나면
내용이 금방 흩어져 버린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히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기억력이 나빠진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대화의 방식이
바뀐 것일지도 모른다.

학생 때의 대화는
생각을 이어 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간도 비교적 느렸고
대화 하나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화는
대부분 그렇게 이어지지 않는다.

업무 이야기이거나
일상의 짧은 대화이거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말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대화는
처음부터 깊게 기억할 필요가 없는
정보처럼 지나가 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그래서
대화는 점점 머리에 남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신 어떤 생각들은
대화를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또렷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