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불태우지 않는 대신,
일주일을 망치지 않기로 했다.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예전엔 디자인학부생 시절부터 실무까지,
밤낮없이 몰입하고 끝까지 버티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 얼마나 힘껏 달릴 수 있느냐가 삶의 기준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도 오래 그 공기 속을 달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방식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안다.
하루를 다 써버리 면 그 다음 하루가 같이 무너지고, 이틀쯤 괜찮지 않나 싶어도 그 여파가 며칠을 질질 끌 때가 있다.
하루를 불태워버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날의 무리가 다음날과 그다음 날까지 번지면서, 생각보다 긴 흔적을 남긴다.
예전에는 그걸 버티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무리하더라도 해내는 쪽이 더 낫다고 믿었고,
몸이 힘들어도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더 성실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그게 버팀이라기보다,
관리하지 못한 소모에 더 가까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감각은 내가 지나온 시간표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직무를 전환해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개발을 시작했고,
그 시간을 지나 지금에 와서야 이 감각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늦게 출발한 만큼, 오래 가는 리듬의 중요성을 더 천천히 배워온 셈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열심히만 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됐다.
그런데 같은 방식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내게도 불친절한 일이었다.
그래서 속도를 조절하는 감각, 회복을 설계하는 습관, 에너지를 너무 쉽게 소모하지 않는 방식 같은 것들을 조금씩 바꿔보기로 했다. 뼈대를 통째로 바꾸는 일이라기보다, 쓰는 순서와 강도를 다시 익히는 일에 가깝다.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리듬이 필요하다.
그게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만드는 것 같다.
한 번 크게 태워내는 힘보다, 다시 돌아와 손을 댈 수 있는 상태를 남겨두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무리한 하루의 값을 몇 번 치르고 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리듬이 왜 중요한지 조금 알게 된다.